사람은 누구나 변태의 계기가 있다.
나의 기억 속에 변태는 이때가 아니었나 싶다.

나의 어린 시절은 소도시 변두리 가난한 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시골도 아니요. 도시도 아닌 곳에서 코 찔찔 개구쟁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중학생이 되었으나 여전히 변두리 촌놈으로 어린티를 내고 학교와 집 교회 만 왔다갖다 하며 보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으나 고1때 교회 학생회 부회장인것 만 달랏다.
그런내가 내안의 틀을깨고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때가 있었다.
시간을 되돌려 생각해 보면 골목이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한 시간 거리를 걸어서 등하교했는데 골목에서 누가 나를 불렀다 나는 순진하게도 부르니 갔다.
내가 하수구 냄새 나는 골목에 들어가자, 세명이서 나를 에워싸고서는 "형들이 담배가 떨어져서 그런데 너 돈 좀 줘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날 아침 택시운전을 하던 형을 아침등굣길에 만났는데, 이 형이 아침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평상시와 다르게 반갑게 웃으며 천 원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주머니에는 엄마가 준 돈까지해서 천오백 원이 있었다.
그때 담뱃값이 사백오십 원이었으니까 세 갑은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근데 학생이 담뱃값을 어떻게 아냐고 궁금하히신 분 계실 텐데 그땐 담배 심부름을 하루면 두세번은 할 때라 거의 모든 학생이 다 알고 있었다.
아무튼 난 한두 가닥씩 난 내 꼬치 털만큼 (난 털이 늦은 편이었다 그때는 성숙이 늦어서 창피했으나 지금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아침마다 면도 안해도 티가 안 난다) 소중한 돈을 그것도 천오백 원이나 하는 거금을 잃을 수는 없었다. 난 도망칠 방법을 찾았으나 좁은 골목에서 덩치 셋에게 둘려 쌓여있으니 도망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순간 수많은 번뇌를 하느라 머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였는데 그때 그 중 한 놈이 손을 쑥 내밀더니 주머니를 뒤지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탁' 치고 한발 물러섰는데 그것은 용기가 아니고 머리를 굴리느라 내가 처한 상황을 잠시 있고 무의식적인 방어 행동이였다. 순간 나는 팽이처럼 돌던 머리는 멈추고 눈앞이 하에 지고 몸은 굳어 버렸다.
내가 정신을 가다듬기도 전에 무릎으로 발길질이 날아왔다. 나는 통증을 느끼는것과 동시 주먹을 휘둘럿고 주먹은 발길질은 하고 멱살을 잡으려고 무방비로 내밀던 상대의 눈에 명중하고 말았다. 이제는 도망을 위한 모든 작전은 끝나버렸다,
사실 머리만 굴렸지 세운 작전도 없었지만, 아무튼 그 순간 나를 지배한 Primal Power(원초적 힘)에 이끌려 발은 땅깊이 박히고 몸은 강철처럼 변해 버렸다.
이제는 죽느냐 사느냐 딱 둘만이 존재하는 신세계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그런데 쏟아질 발길질과 주먹질은 오지 않고 살짝 긴장됨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야! 너 센데 너 몇학년이냐?" 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지금 생각해도 창피하지만 ㅎㅎㅎ "1학년인데요" 하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ㅋㅋㅋ 주먹을 눈탱이에 꽂아 넣은 객기에 비해서 너무 공손한 대답이었다. 그라자 학년을 물어본 애가 옆에서 멀쑥하게 서 있는 애한테 " 야! 너하고 같은 학년인데" 하고서는 나에게 " 너 센데 우리 파에 안들어올래" "우린 24인조판데 아직 10명밖에 안 되거든"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살았다 생각과 함께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어떨떨해하면서도 "아니요" " 저 그냥 집에 가면 안될까라" 말을 하고 그때야 주변의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골목 끝에는 같은 반 아이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고 내 주먹에 눈탱이를 맞은 친구는 눈은 충혈 되어있고 벌써 부어올라 있었고 자기파에 들어오라는 친구는 키는 큰데 매우 마른 체형이고 나랑 갑이라는 친구는 딱 봐도 중학생처럼 보였다. 아직 국민하교 티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발길질 당한 무릎 위쪽 근육이 아파져 왔다.
나는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얼른 인사를 꾸벅 꾸벅하고 뒤돌아 골목을 나와 빠른 걸음으로, 큰길로 나와 이제서야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달리듯 걸었다.
이제 그 24인조인지 깡패인지의 손아귀에서 멀어진 듯 하자 아까 골목 입구에서 몰래 지켜보던 같은 반 친구가 나를 쫓아 내 옆에 붙어서 뜀걸음 하듯이 걸으며 "야 너 대단하더라" 야 주먹으로 눈탱이를 그냥 콱" 하며 대단한 영웅호걸을 본 듯이 감탄을 연발하는가 싶더니 존경의 눈빛까지 보내며 떠벌떠벌 말을 걸었다. 나는 뛰는 심장이 진정이 안돼서 말할 호흡도 없으니 그냥 걸을 뿐이었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어서야 진정이 되어서 늘 그렇듯이 동네 형들과 친구들이 모여서 까불고 노는 모교인 국민학교 운동장에 나가니 늘 그렇듯이 어린 애들은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었고 서너 명의 내 또래들은 운동장 한쪽 스텐드에 앉아서 늘 그렇듯이 여학생 애기 동네기 학교 무용담등을 떠벌리고 있었다.

나는 오늘 하교길에 있었던 애기를 친구들에게 뻥 좀 섞어서 그럴듯하게 얘기해주었다. 그라자 한 친구가 배꼽을 잡으며 웃는다. "24인조라고라 크크크 내가 미친다! 씨발 ㅋㅋㅋ" 그리고 한 친구는 내 어께에 팔을 얻으며 "동생아 앞으로 누가 건들면 이 형한테 말해라" 하고서 그 친구도 실컷 웃는다.
나는 그날 알았다. 애들이 여기 모여 웃고 떠드는 게 나처럼 공부도 하기 싫고 집에서 뒹굴기 싫어서 친구끼리 모여 잡담이나 하려고 나와서 또래끼리 까불고 노는 줄 알았는데 내 친구들은 각 학교에서 한가닥씩 하는 놈들이였던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귀담아듣질 않아서 그렇지 이놈들 하는 얘기들이 주먹질 좀 하는 얘기였었던 것이였다. 난 왜 그동안 몰랐을까? 그날 나는 껍질를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아니면 뭍으로 올라온 개구리처럼 무언가 막을 찢고나온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날 이후 세상은 달라져 보였다. 무언가 세상을 이제서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 했다. 어린 학생이었지만 세상은 약육강식이었으며 저마다 높고 유리하게 좀 더 편하게 좀 더 좋은 곳에 서려는 모습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약' '약강'의 세계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때 불량배 애들도 나에 예상치 않은 저항에 겁이나서 나에게 자기편으로 들어오라고 한 것이었다.
내가 만약 무능력하게 당하고 만 있었으면 실컷 두들겨 맞고 내 소중한 천오백 원도 뺐겼을 거다.
아무튼 그날 이후로 난 어른이 된 건 맞다.
나중 그때 그 골목 깡패들과도 친해졌는데 나하고 동갑이었고 나하고 같은 학년이라는에는 중2 꼬맹이였다.
참고로 그때 내 동네 친구들은 모두 축구선수였거나 태권도선수 유도부, 권투부등 신체적으로 뛰어난 친구들이였다.
이제는 일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하지만 학창시절과 청년시절을 이놈들과 참 재미있게 살았다.
한 십년 전에 이 24인조 였던 친구를 만난적이 있다.
"야 24인조 반갑다" 하자 기겁을 한다. 나이가 먹어도 그때 일이 창피하긴 한가 보다.
'농부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부의 3.1절 (1) | 2025.03.03 |
---|---|
심심할 때 써먹는 아재 개그 (0) | 2024.04.07 |
올무에 걸린 개를 구조하다. (18) | 2024.03.29 |
또 하나의 일을 내려 놓았다. (0) | 2024.03.26 |
정어리가 되느냐! 사람이 되느냐! (0) | 2024.03.24 |